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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위클리포유/ [서영옥의 그림 같은 집] 새로운 집짓기

수피아미술관
2020-09-06
조회수 310

입력 2020-04-03   |  발행일 2020-04-03 제37면  |  수정 2020-04-03 


바이러스에 잠식당한 잔인한 봄, 예술작품이 제시하는 새로운 삶의 비전                                             

지난달 27일부터 7월19일까지 수피아 미술관(우리에게 온 숲)에서 서영옥의 작가 6인(김순금·리우·오현숙·전이환·조무준·차현욱)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누구나 가슴에 소중한 벗 하나는 간직하며 살지 않을까. 나에게도 벗이 하나 있다. 대가도 없이 봄이 오면 감동을 한 아름 안겨주는 벗의 이름은 새싹이다. 꽃나무는 꽃을 피울 때 절정을 이룬다. 가까이서 보면 새싹일 때도 아름답다. 봄이면 연례행사처럼 산야로 나가 새싹들과 눈을 맞추는 이유다. 새싹은 아기를 닮았다. 꾸밈이 없기 때문이다. 군더더기 없는 단순한 몸의 형체는 생명의 본질 같다. 경지에 오른 선승 같기도 하다. 여린 몸에 범접할 수 없는 생명 기운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싹은 연한 잎을 돌돌 말고 세상 밖으로 나온다. 송곳처럼 뾰족한 끝은 거친 땅을 뚫기 위한 지혜일 것이다. 며칠이 지나면 돌돌 말았던 몸을 서서히 풀기 시작한다. 조심스럽게 풀어낸 몸으로 변화무쌍한 세상의 기운을 더듬는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면 불어난 몸집이 단단해진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것이다. 다시 며칠이 지나면 화려한 꽃잎으로 바람을 유혹하기까지 한다. 넘실대는 춤사위엔 여유가 묻어난다. 비가 내려도 끄떡없고 어둠 속에서도 자신만만하다. 이런 새싹의 힘찬 출발을 배우고 싶은 봄날이다.

유해 바이러스에 잠식당한 잔인한 봄이 지속되는 중이다. 이런 날엔 말 없는 자연이 큰 치유제다. 말보다 강한 기운으로 처진 어깨를 일으켜 세워주는 자연, 단 한 번도 나를 가르치려고 한 적은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의 스승으로 자리하는 새싹, 상처 난 가슴까지 쓰다듬어줄 때면 노장(老莊)이 예찬한 자연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지금 우리가 청정한 들판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것은 방랑벽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유해 바이러스가 등장하면서부터 평범한 일상생활은 우리 모두의 간절한 소망이 되고 말았다. 모든 행보에는 몇 배의 조심이 요구된다. 불안한 현실은 혹독함 그 자체다. 서로 간에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집은 우리의 소중한 은신처이자 전쟁터로 돌변했다. 최첨단시대지만 인간의 이성은 흑사병이 창궐하던 중세 때보다 더 초라하기만 하다. 부러움을 사던 재력도 예술가의 재능도 유해 바이러스 앞에서는 쓸모가 없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며 우리의 교만을 비웃는 것 같은 유해 바이러스.

환란이 지속될수록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보다 냉정하게 지난날을 돌아보고 현실을 직시하며 스스로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계획했던 일을 추진하기로 한 이유다. 먼저 대문을 열고 숲속으로 달려갔다. 실은 숲속에 위치한 미술관으로 달려간 것이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을 침범하기 이전부터 계획했던 기획전(우리에게 온 숲 전)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예술은 험난한 현실 속에도 태어난다. 인류의 역사에서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는 예술은 새로운 미래와 밀접하다. 그 근본이 상상하고 창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술의 창의성에는 미래를 연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예술작품이 던지는 질문과 메시지로 삶의 환기를 도모할 이유는 무궁무진하다. 보이는 것 너머를 보여주는 예술은 망상과는 다른 상상력에서 잉태된다. 낯선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들춰보게 하는 것도 예술의 역할이다. 예술적 상상력이 우리 삶에 필요한 이유는 그 밖에도 많다.

소소한 삶의 이야기에 기발한 상상을 동원해 독창적인 작업 세계를 가꾸어온 작가 6인을 수피아미술관에 초대했다. 기획을 맡은 나의 책무 중 하나는 작가 6인(김순금·리우·오현숙·전이환·조무준·차현욱)을 인터뷰하는 것이다. 서울과 대구에 거처를 두고 활동하는 이들은 나이와 경력을 떠나 창작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견디며 현실과 가상의 상호 작용을 탐구해온 작가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각각 다른 조형요소로 새로운 삶의 비전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작품 속에는 삶의 잔재미가 가득 고여 있었다.

작가들을 인터뷰하며 느낀 것은 우리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육구동성으로 유해바이러스로부터 건강을 지키자는 응원으로 끝을 맺는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삶을 벗어나면 예술도 명예도 모두 공허하다. 재력이라고 다를까. 예술 감상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고 느슨해진 시간을 다시 팽팽하게 당겨보는 것은 어떨까. 모든 것은 꿈꿀 수 있는 자유로부터 출발한다. 나의 벗 새싹을 닮은 마음의 집짓기를 추천하고 싶다. 화가·미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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